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1 문장공감





MF문고J가 올해 가장 푸시한다는 '소설가가 되자'발 인터넷 소설의 가필수정판.
일반적인 이세계 진입물의 포맷에 사망을 통한 루프물을 혼합한 점이 독특한 작품이다.

등교거부아 고등학생이 이세계에 떨궈지고, 자신을 도와준바 있는 은발의 미소녀와 행동하다 불의의 습격으로 함께 목숨을 잃었는데, 주인공 홀로 시간을 거슬러와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

다른 장르 작품에서 사망을 통한 루프물을 다룰때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인데 반해, 그럼에도 상당히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주인공 스바루의 캐릭터가 경쾌한 이세계물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니, 게임 오타쿠라 이세계 진입에 대한 상식 풍부 + 등교거부로 남아도는 시간에 근육 트레이닝을 거듭해 먼치킨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엔 활약한다는 외적 특징. 그리고 이세계 진입의 클리셰를 들먹이며 메타적인 관점이랄까 게임감각으로 행동하는데서 오는 가벼움 + 등교거부아 답지 않은 친화력과 농담 따먹기, 땅파지 않고 고뇌하지 않는 경파함 같은 내적 특징이 그러하다.

PTSD라도 걸릴 것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죽음을 경험했음에도 금새 충격에서 회복해 다음 수를 향해 달려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작가의 표현력 부족으로 빚어진 상황이란 심증이 다소 있긴하다. 허나 어찌되었건 덕분에 고뇌없는 시원시원한 전개를 달성하는데에는 성공했고, 이점이 유쾌한 이세계진입 사망루프물이란 독특한 특징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게 아닌가 싶다.


앞서 언급한 독특한 조합에서 오는 개성에 비하면 이야기 자체는 루프물의 기본에 충실하게 전개되는 편이다. 소녀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겠다는 의지와 루프를 거듭하며 쌓여나가는 새로운 인연. 절대 바뀌지 않는 인과율 앞에 절망하다가 극적인 타개책을 찾아내는 점. 거기에 하이라이트에선 먼치킨스럽고도 호쾌한 전투신이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하며 판타지 이세계 진입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로인은 뭔가 고귀한 집안 아가씨처럼 보이는 은발의 정령술사와 금발의 펫탄로리코 도적이 각자 대립하는 초기 역할로 등장한다. 허나 사실 1권만으론 딱히 차별화 되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1권의 상당 부분이 주인공 혼자서 엎어지고 깨지는 통에 등장비중이 애매했다는 점과 뒤에 언급할 작가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은 이후 전개를 보면 다음 권으로 넘어갈수록 차차 개선될 거라 본다.


이 작품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인터넷 연재소설의 분위기가 강하게 풍긴다는데 있다. 그것도 날것 그대로의.

이미 큰 성공을 거둔바 있는 1세대?(편의상) 작품들이 가필수정을 했다쳐도 여타 출판 소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분위기 였다면, 본작은 인터넷 소설 특유의 경쾌한 페이스는 물론 편집을 거치지 않은 거친 문장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단 느낌이랄까.

전개가 빠른건 좋은데 각 사건 간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거나,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동기가 이따금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쓰였던 것은 나와 맞지않는 개그코드였다. 이따금 신인들 중에서 일정 확률로 나오는 '어떤 대화건 개그를 넣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병'이라고 할까. 모든 인물이 (가장 심각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어떤 상황에서건 그때까지 쌓아왔던 개성을 날려버리는 대본 읽기식 만담을 주고 받는 바람에 분위기를 깨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작가의 미숙함인지 다소 직역풍의 번역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딱 회화-개그파트 만큼은 읽는게 상당히 고역이었다.


어찌되었건 자신만의 개성을 확립한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장르 특유의 미덕을 충실히 지켜 읽는 맛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후 권의 포텐을 기대하며 집어들기엔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본다. 아니, 이 바닥이 언제나 그렇듯 히로인만 귀여우면, 귀여워질 예정이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덧글

  • rumic71 2014/08/06 18:43 # 답글

    기본설정이 무척 편의주의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뭐 요즘 트렌디 같은데다가 이미 양판소시절에 익히 겪은 것이니...
  • 검은월광 2014/08/10 11:14 # 답글

    이 소설이 제대로 포텐터지는건 3장 후반이라서말이죠. 그 이전까지는 좀 그냥저냥일겁니다.
    그래도 글솜씨가 소설가가 되자에선 상위급으로 나은 편...워낙 다른게 못나서 그런 면도 있지만요.
  • sanadil 2014/08/10 12:19 # 답글

    등장인물들이 가끔식 오버하는 경우만 빼면 옛 판소 읽는 느낌 나더라구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