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널 오퍼레이션 1 문장공감





시바무라 유리의 첫 장편소설. 별 의욕없이 실패만 거듭했던 30세의 니트가 민간군사회사에 취직해 이국의 분쟁에 개입하게 된다는 이야기. 개요만 보면 현실판 이고깽스런 향기가 강하게 풍기는 허세 자위물 같이도 보이지만, 실제론 그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었다.

본작은 PMC에 취직해 훈련을 받고 실전을 거쳐나가는 주인공의 회상을 겸한 일지 형식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분야는 현장요원들을 본부에서 컴퓨터를 통해 지휘하는 직종, 오퍼레이터(전투원)를 오퍼레이트한다는 의미의 OO란 분야. 일종의 전술통제사 같은 직종인 셈이다. 전직 군인들로 구성된 PMC요원을 민간인이 지휘한다는 것이 묘한데, 이는 도입부를 통해 차근하고 교묘하게 설명해나간다.

일체의 설명없이 구식 스크린에 표시된 상황에 따라 푸른색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신입연수 때의 주인공의 첫 일이다. 이윽고 기계적으로 버튼을 누를 즈음엔 조금씩 상황이 복잡해지고 버튼의 가짓수가 늘어가고 점수란 개념이 생긴다. 그것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채 단순히 점수내기에 열중하는 주인공. 즉, 감정의 개입없이 게임감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최고점을 내는 방법을 PC로 행하는 것의 적성은 군인보단 민간인, 젊은이들에게 적합하다는 것. 주인공이 자조하듯 체제에 별 의문없이 따르면서도 어렸을 적 부터 게임을 곧잘 접해왔던 일본인에게 어울리는 일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OO라는 개념은 가공의 것으로 기술적, 관습적 문제 때문에 실제론 작전명령을 하달 받은 이후 현장에서의 지휘재량은 현장의 리더에게 일임되어있다. 허나 현실을 약간만 비틀면 이는 딱히 불가능한 일이 아닐 뿐더러 분쟁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안전한 미 본토에서 UAV를 조종관제하는 일도 일상화 되어있는 터라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적당한 현실 속에 더 현실로 있을법한 허구의 설정을 끼워넣는데 성공한 셈. 실제로 읽으면서도 '아니, OO라니 그런 직종이 있을리가 없지.'하다가도 '아니. 이거 설마 진짜로 있는 분야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OO의 컨셉은 무감각하게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는 UAV요원과 (가짜)죄수에게 전기충격 버튼을 누르라는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실험에서 가져온 듯도 싶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극적 재미를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같은 요소를 넣었거나, 아무 전투스킬이 없는 평범한 평화바보 일본인 주인공을 전장에 밀어넣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후자의 측면에서 보면 본작의 주인공은 블랙라군의 로크와 닮은 점이 있다. 그 업계의 일반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판단과 결정을 내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면에서. 허나 닳고 닳은 로아나프라 사람들에게 공인 쓰레기 인정을 받은 로크와 본작의 주인공 아라타는 성향이나 행동동기가 사뭇다르다.



아라타는 일본에 있을 당시에도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그냥 게임이나 했다는 수동적이라고도, 삶에 욕심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냥 목숨값으로 몇년 돈이나 모아서 다시 애니 게임 라노베 덕질이나 하며 살자 라고 할 정도. 거기에 오랜 니트시절의 습성 탓인가 회사 내에서의 사적 교류도 필요 최소한으로만 유지하기도 한다. 물론 재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런 그의 금욕적이고 낭비가 일체없는 성격과 지휘방식은 그의 의도와는 달리 점차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우수하다는 꼬리표를 달게된다.

그때, 그래봤자 버튼을 눌러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고 자신을 책망하고 혐오하는 아라타에게 근처 부족출신의 소년병이 한명 다가온다. 그의 통제로 전원 목숨을 구했던 소대의 한 사람이었던 그 아이는 이후 우물쭈물하면서도 주인공을 선망하고 따른다. 소년병인가 했던 아이는 소녀였고,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의 태도를 눈치채곤 부족에게도 인정받은 아라타에게 자신의 딸을 아내로 데려가란 권유를 하는데... 라니 갑자기 이 무슨 신부 이야기틱한 전개인가 싶은데.

신뢰할 수 있는 회사 동료를 비롯해, 이 산악부족과 소녀와 교류하며 주인공은 점차 변화해 나간다. 아무튼 여기서 이 소년병(?) 부족소녀 지브릴(심지어 이름도 마지텐시)의 바보같은 정도로 순수한 신뢰와, 선망을 넘어선 소녀심 어린 눈빛하며 행동이 무척 귀엽다. 아무래도 땀내나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보니 대활약을 펼칠 부분은 없었지만 어찌보면 주인공을 심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명실상부 정 히로인. 둘의 나이 차이가 십몇년을 훌쩍 넘은 것은 애교이자 로컬룰로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금욕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수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워낙 무미건조한 주인공이 화자라 그런가 사실 극으로선 건조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게 사실. 하지만 이 건실한 심심함이 되려 본작의 장점이기도 하다. 헐리우드 식 허풍이나, 혹은 밀리터리 오타쿠식의 허풍이 일절 없는 상태로 잔혹한 현실을 그렸지만, 그 속에 상냥한 픽션을 딱 기분좋은 비율로 섞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일본의 상황을 살짝 암시하는데 어쩐지 전국토가 내전 혹은 분쟁 상황인듯한 묘사가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배경이 일본으로 바뀐다면 실제 분쟁지역이 모델이었기에 현실감 있었던 1권에 비해 어떤 분위기 변화가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덧글

  • Rain 2014/07/29 00:23 # 답글

    이 글 보고 질렀습니다.딱 본문대로의 작품이라 굉장히 마음에 들었군요.감사합니다.
  • standaloner 2014/08/01 04:08 #

    도서 선택에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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