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불충분 - 픽션과 자서전의 경계에 선 이야기 문장공감



호불호
+- 장광설 캐릭터들의 창조자가 선보이는 엄청난 양의 장광설
+- 불편하고 허무맹랑하고 헛점 많은 이야기
+- 소설로 성립되기엔 지리멸렬한 구성
+- 픽션과 논픽션을 섞은 의도적인 모호함
+- 작가의 인생관과 작품의 원류가 되는 요소들 다수 등장
+- 끔찍하지만 로맨틱한 이야기



내 속에선 이미 별 다섯 개짜리 작품이지만 최소한의 객관적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소설치고는 너무 조악하다. 소설이 소설다울 수 있는 요소가 이 작품엔 거의 눈에 뛰지 않는다. 직접 읽어보면 감이 잡히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완벽히 작가의 경험에 근거한 논픽션 에세이라고 보기에도 그리 좋은 책은 아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니시오 이신스런 글로서는 매우 충실하다. 현기증 날 정도로 아무래도 좋은 잡설이 현기증 날 정도로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 나왔던 기묘한 캐릭터나 특이한 행동의 원형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다른 니시오 이신 작품과의 가장 치명적인 차이점이라면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없는 담백한 글이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들은 아무리 초반부에 짜증날 정도로 잡담이 많다해도 이후에는 소설로서 재미난 전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참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게 거의 없다. 인물과 시간과 공간이 한정된 것에서 오는 특유의 긴장감은 좋았지만 그건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고 어찌되었건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는 작품인건 확실하다.

요컨데 작가의 작품은 좋아해도 작가 자체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몇 페이지 안가 책을 덮을 확률이 높다. 무명작가의 책이었다면 아마 나 역시 읽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 작가의 작품에 몇 번이나 감명을 받고, 그 괴짜같은 작업속도하며 인성에 흥미가 있는 작가 팬보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대체 왜 이런 기묘한 작품을 썼을까, 왜 세상사 다 팽개치고 기계처럼 글만 쓰는 걸까 같은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어느정도 답변이 된 작품이었다. 유명인에 대한 관음증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를 관음증 환자 취급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어! 아래에 서술할 '의도적인 모호함' 때문에 100%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혼자 상상만 하는 것 보단 훨씬 나았다. 논란이 되는 이야기 전개는 둘째치더라도, 특유의 장광설을 쏟아내는 화자('나')가 그 어느 작품보다도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상 니시오 이신 자서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불과 몇 페이지짜리 작가 후기나 인터뷰 기사에선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단행본 한 권 분량을 들여 쏟아냈으니 팬보이 한정으론 귀중한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100%픽션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그의 작품에 나왔던 주인공들의 이기적이면서도 자기희생적인 성격이나 편집증적인 행동, 몇몇 사건들(자전거, 감X 등), 기분 나쁠정도로 인공미 넘치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여타 인물들의 아키타입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의 진실성에 있다. 이짱이나 사기꾼아찌 뺨치는 날조와 거짓말들 때문에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는 알 길이 없다. 설령 픽션이라해도 이야기로서 썩 재미나다고 하기는 힘들고, 논픽션이라하면 사건이 가지는 무게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가중될 뿐이다.

나는 순진한 열성신자(...)라 대부분을 실제 경험담이라고 받아들였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게 허풍 넘치는 거짓부렁도 없다. 제 아무리 나라도 점입가경의 후반부에선 픽션의 냄새를 맡았지만, 픽션이라면 픽션대로 상당히 애절한 이야기였다. 거의 100%거짓말에 가까운 결말은 상당히 로맨틱했다. 본문에서 작가가 언급했듯, 망가진 등장인물들이라도 나름의 해피엔딩은 맞이한 셈이다.



그러니까 거칠게 말해 니시오 이신 작가 자체의 빠라면 바이블 같은 책이지만, 그 이외 대부분의 독자에겐 아무 가치도 없는 불편하고 자의식 넘치는 삼류소설에 불과한 책이다. 같이 나온 카와이이한 나데코쨩의 미끼 이야기를 사보는 편이 훨씬 즐거울 것이다. 나데코 싫어하는 난 안 볼테지만.



덧글

  • 2013/08/14 18: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tandaloner 2013/08/14 19:25 #

    마음 같아선 별 여섯개 쯤 주고 싶었지만 일단 최소한의 객관성은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괴롭네요! 솔직히 픽션이고 아니고 상관없으니 2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시리즈화 키본누
  • 강율 2013/08/15 00:20 # 답글

    뭐, 미끼 이야기는 나데코쨔응을 철저하게 부수는 이야기지만 말이죠.
    그리고 니시오 이신은 소설 전반 자체가 뭐랄까, 특이한 인간이라도 바뀔 필요는 없어, 너희는 너희대로 살아가도 충분히 가치 있고 괜찮은 인생이야-라는 느낌이라 소녀불충분도 충분히 재밌게는 아니지만 흥미롭게는 읽었습니다.
  • standaloner 2013/08/15 12:24 #

    맞아요, 그렇기에 힘들때 읽으면 힘이 되지요.
    사도를 걷는 인물들 투성이이지만 의외로 풀어내는 메세지는 정도에 가깝죠. 작가도 캐릭터도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속으론 상당히 다정다감한 것 같아요.
  • sigaP 2013/08/15 08:44 # 답글

    소녀불충분 일어원서로 읽었었는데....이게 번역이 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니시오 이신의 원점이라고 생각 되었던 책이네요.
  • standaloner 2013/08/15 12:25 #

    네. 원점회귀 운운했던 광고문구에 속았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야말로 그와 그의 모든 이야기들의 원점이었다고 느꼈습니다.
  • 이신 2013/09/03 04:04 # 삭제 답글

    파우스트 작가인터뷰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픽션이며 자신이 이 소설의 주인공도 아니며, 물론 본명도 카키모토가 아니다 라고 하셧죠

    논픽션을 가장한 완전한 픽션소설이랄까요

    후반부의 u와의 재회는 너무나도 우연적이고 책의 모티브와 동떨어지게 픽션적이라 이상하다 했더니 역시나,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위한 이신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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