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감상 - 청춘잘못 6, 골든타임 5 문장공감



숱한 화제와 다양한 반응을 몰고 온 사회실험의 권.

평소보다 좀 늦게 읽어서 사전에 여러 감상을 접하고, 애니로 초반부를 먼저 본 탓인지 이전보단 다소 감흥이 덜했다. 사실 워낙 담백건조하게 리얼한 인간관계를 들이파는 작품이다보니 이전 권들도 내 취향에서 살짝 비껴나간 면이 있긴 했다. 날카롭게 잘 썼다는 느낌은 있어도 감정을 폭발하면서 두근두근하게 막 나가는 그런 맛은 없다고 할까.

하지만 취향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인간관계로 고충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계 이야기라는 점은 확실히 이 작품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그런 면에선 '될 수 있어! SE'랑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낄낄거리며 맞아 맞아 하며 읽다가도 또 한순간에 과거의 트라우마 속으로 빠져 든다는 점에서.



그런데 정작 꽤 강렬한 반응이 있었던 축제 준비 위원회 사회실험은 개인적으론 나쁘진 않고 그냥 그랬다.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모형판을 만들어 놓은 건 좋았는데, 그게 오히려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고 할까, 너무나 평범하게 있을 법한 일들이라 딱히 이전처럼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거나 하지도 않았다. 십대 시절의 경험을 재구성했다는 인상의 지금까지와는 달리, 성인에 회사원인 현시점에서의 작가의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것 같아서 되려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만 결말 부분은 무척 멋지고 맘에 들었다. 그 부분 만큼은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거의 원패턴화 된 탓에 예상에서 거의 빗나가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뻔한 장면이기에 맘놓고 열광할 수 있었다.



결말의 여운을 더 강하게 해주었던 것은 그 부분에 절묘하게 들어간 하치만과 히라츠카 선생의 투 샷 덕분이었다. 살짝 고개숙인 하치만의 어른스러우면서도 상처받은 어린애 같은 표정과 그의 행동을 알아준 히라츠카 선생의 상냥함과 씁쓸함이 섞인 미소가 정말이지 최고였다.

한편, 그 투 샷이랑 초반 페이지에 잠시 나온 동태눈깔 버전의 하치만은 너무 미남농도 격차가 커서 좀 웃었다. 아마 애니는 이 동태눈깔 버전을 베이스로 디자인 된 것 같은데, 보다보면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 하다 싶을 때도 있다.

암튼 퐁칸⑧의 일러스트는 5권과 6권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화력이 올라갔다. 1권의 유키농과 6권의 유키농을 나란히 늘어놓고 보면 캐릭터와 삽화가가 나란히 성장한 것 같아서 재밌다.



좀 사소한 불만이긴 하지만, 5권 에필로그에서 그렇게나 묘한 플래그를 연출하고선 여전히 미적미적한 하치만과 유키노의 관계는 다소 답답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한층 마음을 연 모습하며 때론 슬쩍슬쩍 질투 비스므리한 감정을 내비치는 유키노의 모습은 퍽 귀여웠지만. 그래도 이젠 탐색전은 좀 어지간히 하고 파탄이 나건 만리장성을 쌓건 빨리 팍팍 진도 좀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희미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스스로도 조만간 자신 역시 변할 거라고 언급했건만 이 주인공은 대체 언제가 되어서야 앞으로 한발짝 내딛을까.








이런 저런 노도와 같은 1학기가 지난 뒤의 여름방학 이야기.

지난 권 까지 가슴을 쥐어짜는 사건들이 정신없이 이어진데 비해서 시종일관 정적인 분위기로 일관된 권이었다. 한번 소나기가 쏟아지고나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의 우중충한 날씨같은 느낌이랄까. 돌고래 소녀 오카의 개인사정이나 미남 야나기사와의 수상한 움직임이 가끔 모습을 드러내곤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냥 지루하게 시간만 죽이는 반리의 일상이 거의 대부분 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텅빈 인간답게 반리는 혼자있을 때는 상당히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 이제는 코코의 속박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던 탓에 좀 더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못한다거나, 버림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는 온갖 청승을 다 떤다. 정작 상대방인 코코는 이미 지난권들에서 이런저런 시련을 겪고 한층 심지가 굳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그의 과거나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런 반리의 고민이 딱히 찌질하게 보이진 않았다. 되려 이런 엇박자스럽고 서서히 변해가는 관계성이 실제로 있을법한 느낌이라 좋았다.

두 사람이 사귀기 직전의 조마조마한 분위기를 그린 1권과 2권이 가장 좋았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라이트노벨에선 엔딩 이후의 세계나 마찬가지인 커플이 된 이후의 지금 이야기도 맘에 든다. 이미 씌어진 콩깍지를 어찌하리오.



눈에 뛸 정도의 대사건은 없었지만 토라도라가 그랬듯,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각, 오각관계 역시 이 작품의 여전한 매력이다. 히로인들을 공략의 대상으로 삼은 남성향적인 치정관계랑은 또 다른 남녀간의 산뜻한 친구 관계가 막 눈이 부시다. 이런 좋은 친구들이 과연 진짜로 현실에 존재하는지 리얼충 월드에만 있는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또 이렇게 플라토닉하게 가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질척질척한 치정극이 펼쳐지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다 읽고 나니 그저 별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나간다 싶었던 이번 권의 클라이막스는 프롤로그 부분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인물'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이 이 이야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걸 생각해보면 또다시 수라장이 펼쳐지는 건 예정된 수순이 아닐까.



작품과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여성향스런 분위기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 권은 그 두 가지가 아주 살짝 과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반리가 원체 유약하고 여성스런 성격이 있긴 하지만 혼자서 땅파는 장면이나 야나사랑 둘이 있는 장면 등에서 '남자는 아무리 그래도 이런 행동은 안해!'싶은 부분이나 약간 썰렁하게 느껴진 개그 부분이 눈에 띄었다. 여사님이 맨날 나이 먹었다고 투덜댔는데 과연 나이 먹은게 드러나는 것인가!



여름! 바다! 수영복!의 권 답게 코마츠 엣찌의 일러스트도 한층 화력이 올라갔다. 맨날 안 어울린다고 투덜댔지만 이제는 진짜로 이 삽화가 아니면 안될것 같아! 싶은 기분도 슬슬 든다. 그러고보니 애니화가 결정되었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맘 편하게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엣찌씨 그림의 애니메이션이라니 이게 얼마만이야.




덧글

  • 쿠로코아 2013/06/21 19:16 # 답글

    내 청춘은 애니로 보고 있습니다. 보면서 생각. 조별 과제가 떠올라서..... 제길. 꼭 한명씩 있죠. 고문관... 그런데 애니는 너무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직접 지를 생각입니다.
  • standaloner 2013/06/21 21:43 #

    주어진 저예산 안에서 굉장히 애정을 많이 기울여 만들었단건 인정해주겠는데... 그래도 원작에 비해선 워낙 한계점이 많아서 애니보단 책을 매우 추천해드립니다.
  • 라티오스 2013/06/22 16:14 # 답글

    내청춘 6권은 뭔가 미묘하더라고요..
    6권에서 포텐터진다고 듣고 기대가 커져 더 실망이 큰듯..
    하치만 독백도 약간 질리기(?)시작하고..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결말도 좋았고..ㅋㅋ

    그나저나 진도가 너무 안 나가는 건..ㅠㅠ 이제6권이라구..!!
  • standaloner 2013/06/23 14:30 #

    확실히 전환점이 된 것 같은 5,6권이었으니 슬슬 변하긴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 ReSET 2013/06/24 00:59 # 답글

    저도 다들 6권을 외친 것에 비해선, 4권이 더...

    자기희생에 부정적인 저로서는, 하치만의 그 마조적인 희생이 대략 보기 싫었던 것입네다...
  • standaloner 2013/06/24 07:29 #

    전 그 부분은 비교적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었는데 그 중간 과정이 영 이냥저냥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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