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 4 - 영원히 고통받는 반리 문장공감





반리의 유령은 왜 존재하는가? 그 의문이 이번 권에 와서야 해소됐다. 바로 작가가 작정하고 반리를 행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당장 아무리 행복하다고 느껴도 뒤로는 항상 절망에 가까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근본을 모르면 사람이 얼마나 불안에 시달릴 수 있을까. 부모, 출신, 학교 등 물리적인 바이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역시 기억이다. 단지 기억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과거를 상실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인간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은 송두리째 뿌리뽑힌다.

그런데 이제는 심지어 그 완전히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기억이 가끔씩 악몽처럼 되살아나고, 하필이면 그것이 과거에 죽을 정도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타인에 불과한 동아리 선배에 대해서만 한정되어 있다니.

기억과 함께 감정이 되살아난다는 것도 어떤면에서 보자면 더 질나쁜 문제다. 단지 무미건조한 지식으로서 옛날의 '자신'이 저 선배를 사랑했었다. 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과, 촉감, 향기, 눈빛, 회화를 동반한 강렬한 감정이 자신 위에 덧쒸워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새로 태어난 지금의 자신이 아무리 코코를 사랑하고 있다해도, 방심하는 순간 언제라도 자신의 감정은 부정당한 채 옛 사랑을 찾아 떠나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과거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와 미련이 남아있는 한, 반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심지어 지금의 자신조차 과거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대로 린다에게 끌릴 때가 있다면, 코코와의 이 자칭 '완벽한' 연인관계란 시작부터 끝이 예고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샘솟는다.



1, 2권이 기억을 잃어버린 불완전한 청년이 가장 대치되면서도 동질감 어린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삶을 재생해나가는 희망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이번 권은 가차없이 그 싹을 짓밟는 절망의 치정극이었다.

지금으로선 이 신생 커플이 완벽하고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답은 코코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자신이 평생 그렇게 해왔던 것 처럼 살짝 짜증날 수준의 집착으로 반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그녀지만, 오히려 그 집착에 가까운 확고한 애증이 반리를 되살릴 수도 있다. 비록 개인적인 취향에선 점점 벗어나고 있지만 아무튼 지금의 반리에게 걸맞는 천생연분은 그녀라는 생각이 든다. 힘내라, 집착녀!



한편, 이번 권에서도 결국 스토리를 뒤흔드는 파란은 밤놀이 중에 터졌다. 유유코 여사님 진짜 유흥 마니아.

케미컬 브라더즈의 곡이 울려퍼지는 클럽에서의 폐퇴적인 가장 무도회란 분위기가 평범하게 맘에 들었다. 암튼 앞으로도 이 시리즈에서 뭔가 술 마신다, 클럽 간다 하면 아, 슬슬 절정부가 다가오는구나 하고 자동으로 긴장타면 될 것 같다.



표지를 제외하곤 코마츠 에이지의 화풍은 역시 이 작품에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특히 클럽 신이라던가. 야자와 아이가 일러스트 및 코믹스화를 맡아서 꿈의 여사님X여사님 페어를 만드는 편이 훨씬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여러 사정으로 암튼 꿈.





덧글

  • http 2013/12/27 02:18 # 삭제 답글

    영원히 고통받는 미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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