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 1 - 달콤씁쓸한 황금빛 청춘 문장공감

단점
- 담담하면서도 모호한 분위기
-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엔 지극히 제한된 대상층
-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는 자신이라는 난해한 1.5인칭 시점
-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등장해 인상을 흐려놓는 비일상적 존재
- 심지어 주인공의 의중조차 쉽사리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심리

장점
+ 안쓰러운 여왕 코코의 폭발하는 갭모에
+ 작품 깊숙히 은근하게 깔려있는 소녀만화적 정서
+ 전설적 소녀만화에 대한 경애를 담은 오마주 장면
+ 슬프지만 아름다운 클라이막스와 마음을 들었다 놓는 결말의 반전
+ 동정과 공감 속에서 결락된 인생의 의미를 되찾으려 발버둥 치는 청춘들

결론
= 아이와 성인과 경계선상에서 씁쓸한 황금기를 맞이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청춘 러브코미디의 대가 유유코 여사의 신작 청춘물.

고등학생 대신 대학생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만큼 청춘-러브 코미디라기보단 청춘-러브 스토리에 가까운 인상을 풍기는 다분히 성인 지향의 작품이었다.

무언가 많이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는 신입생 주인공 타다 반리가 산뜻한 이케맨 야나기사와를 만나 신학기의 불안함을 덜어내는 도중, 소꿉친구 시절부터 야나기사와를 쫓아다닌 완벽의 여왕 카가 코코의 습격(?)을 받으면서 캠퍼스 청춘 스토리가 시작된다.



우선 언급할 만한 작품의 특징이랄까 분위기는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다는 점.

얼굴이 붉어진다던가 속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속삭인다던가 하는 흔한 만화식 감정 묘사가 거의 없기에 대부분의 인물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굉장히 알기 힘들고.

심지어 주인공인 반리의 심경 또한 주인공의 유령이 자신의 행동을 내려다 본다는 상당히 변칙적인 시점 덕분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추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유령'이랄까 '잃어버린 자신'의 존재 때문에 냉혹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일상에 이따금씩 돌출하는 환영 비스므리한 비일상이 뒤섞여 환상적이면서도 난해한 분위기를 부추긴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썼다 싶은 모호한 문장 역시 이런 분위기에 부채질을 해서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은 상당히 불안하면서도 불친절하다.

분명 알아먹기 힘들고 불친절하다는 점은 단점이 맞긴 한데, 의외로 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서 그려지는 불안정한 분위기가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나 전작의 팬이라면 이미 초반부터 알아차렸겠지만, 이 작품의 호감관계 역시 순환선 기차 같은 한 쪽 방향으로의 일방통행 뿐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타인의 심리를 알기 힘든 특유의 묘사가 더해져 뭐라 말하기 힘든 질척함과 긴장감이 가득하다.


이후부터 서술하는 인물들의 심경은 개인적인 추측일 뿐, 신뢰성은 별로 없다. 애초에 작품의 화자나 주인공 조차 타인의 심리를 짚어내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불안하고 껍데기에 불과한 반리와 모든 것이 완벽한 코코는 일견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존재다.

그러나 소꿉친구의 마음을 얻기위해 강제성에 가까운 분투를 펼치는 한편, 너무 완벽하기에 모든 사람에게 경외시되는 코코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무언가가 부족한 것 처럼 보인다. 이를 보고 동정을 느낀 반리는 그녀에게 다가서고, 이미 절친이 된 야나기사와와의 관계진전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런 반리의 모습을 보고 '미인은 뭘 해도 득을 본다'며 야나기사와가 은근히 야유를 보냈듯, 반리가 코코를 도와준 이유가 단지 동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단 코코는 미인이다. 완벽, 아가씨, 여왕의 세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완전무결의 미인이 보이는 약한 모습에 혹하지 않을 한창때 남자가 어디있겠는가.

한편, 세상의 모든 것이 소꿉친구 야나기사와를 중심으로 돌고, 그 이외의 어떤 사람도 완전히 아웃 오브 안중인 코코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인 반리에게 시선을 준 것도 단순히 그가 야나기사와의 절친이기에 정보를 얻어내기 위함인지,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채 주었기 때문인지 모호하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면 사람은 점점 순수한 의도로 사람을 만날 수가 없게된다. 저 사람과 가까워지면 무슨 이득을 얻을 수 있을것인지, 혹은 이 사람이 내게 접근하는 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인지 가늠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곤 한다.

주역들 이외에도 다양한 면면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어린 시절 마냥 쉽게 친해지거나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고 조심스레 예의를 가장한 탐색을 해나가는 모습이 꽤나 현실적.

그런 아이와 어른, 순수함과 계산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백미다.



맹목과 완벽의 여왕, 카가 코코의 안쓰러운 갭모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저 고고한 꽃이 가진 의외의 일면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과 그런 소녀를 위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로맨틱한 전개는 토라도라와도 닮아 있긴한데, 이쪽은 대학생이다보니 좀 더 어른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첫 인상의 철벽 아가씨 이미지는, 완벽하기에 고립되는 고독한 일면이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자꾸만 실수를 하고 마는 서투름, 극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위하는 책임감, 야나기사와에겐 보여주지 않았던 평범한 소녀다운 모습 등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면서 빠르게 사라져갔다.

심각한 결락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역시 범상치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평소엔 꽤 나긋하고 소심한 주제에, 극한 상황과 코코에 관한 일에 한해선 풋내기 대학생이라기엔 믿기 힘든 과감함을 보여준다. 과연 잃을게 없으면 용감하다는 걸까.

결국 두 사람은 이타적인지 이기적인지 스스로도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함께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서서히 상대의 모습에서 동질감 비슷한 것을 느낀다.



작품 전반에 걸쳐 예전보다 좀 더 진해진 소녀만화적 감성 덕분에 남성 독자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전개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도 하는게 꽤 흥미롭다.

이런 소녀만화적 감성은 클라이맥스 직전, 전설적인 소녀만화를 일부 오마주한 이벤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의 코코 역시 가슴이 두근거릴 의외의 면면을 보여주었다. 이 천의 얼굴의 아가씨 같으니!

한때 그 만화의 팬이었던 입장에선 굉장히 즐겁고도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일본에서 역시 워낙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상관없긴 하겠지만, 이미 시간도 꽤 흘렀고 원작을 접한적이 없는 사람으로선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장면 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독특한 소녀만화틱한 감성과 그동안 조금씩 쌓여왔던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이 한번에 터져나온 덕에 클라이맥스의 [고백장면]은 상당히 애절하면서도 로맨틱했다. 솔직히 [실연하고 만취한 여자애를 자기 집까지 데려왔다는 전개에선 누구나 그렇고 그런 전개를 상상했을거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후의 관계성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왔을거다.]

그야말로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 이상 성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주, 밤놀이, 숙취, 모든 게 끝나고 새벽이 되었을 때의 느낌]같은 즐거움, 한심함, 허무함 등 온갖 감각이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이기도 했다.

워낙 클라이맥스가 아름답기도 했고, 1권의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히 단권 완결로서의 달콤씁쓸한 만족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에필로그에선 더더욱 애간장을 태울만한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제발 빠른 정발좀...! 기다리느라 말라 죽겠소 학산님아!



결론적으로 굉장히 불친절하고 난해한데다, 대상층도 좁고,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의 재미를 찾기엔 좀 미묘했지만, 고교시절 못지않게 빛나는 황금빛 청춘의 순간을 그려낸 작품의 특유의 감성에 홀딱 반해버렸다.
 
나 스스로도 어째서 이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고로 다른 사람에게 선뜻 추천해 줄 수 있는 작품은 분명 아니지만, 나 자신에 한정해선 페이지가 한장 한장 줄어가는게 이렇게나 아쉽다고 느끼기는 참 오랫만이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서 가장 두려운 건 발간의 텀이 끔찍하게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점, 그리고 후속권이 1권의 압도적인 만족감에는 못 미칠지도 모른다는 점 두 가지 뿐이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덧글

  • shaind 2012/09/12 18:26 # 답글

    장점 +1 : 코마츠 엣찌 일러스트(...)
  • standaloner 2012/09/15 19:35 #

    저는 코마츠 H의 시대는 조금 지났다고 생각하는 쪽인지라 다소 무덤덤했네요. 머릿속 이미지랑 안맞는 캐릭터가 대부분이기도 했구요. 다만 표지의 코코는 인정합니다. 여왕의 품격!
  • 리사라 2012/09/12 19:31 # 답글

    골든타임의 진가는 3권에서부터 비로소 발휘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까놓고 말해서 1,2권은 그냥 3권을 위한 포석깔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야 (...)
  • standaloner 2012/09/15 19:35 #

    빠른 정발 좀 제발ㅠㅠ
  • 행인5 2012/09/12 20:20 # 답글

    카가 코우코씨 코코 됬나영;
  • 리사라 2012/09/12 21:00 #

    저도 혹시나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역시나더군요.
    코우코라는 이름은 상당히 중요한데 학산은 무슨 생각으로 장음 잘라먹은건지... 쩝...
    코우코가 코코로 불려지는걸 보니 매우 미묘합니다 (...)
  • standaloner 2012/09/15 19:36 #

    이유가 궁금하긴 한데 네타바레일 것 같아서 차마 묻지못하는 이 마음...
  • gvw 2012/09/13 14:11 # 답글

    아! 사고 싶다! 보고 싶다!
  • standaloner 2012/09/15 19:38 #

    좋은 작품입니다. 다음권 보고 싶어요. 아니, 1권으로 마무리지었다고 해도 충분히 만족했을 레벨이지만... 그래도!
  • 서다래 2012/09/15 14:18 # 답글

    다 읽고나서 뭔지 알 수 없는 감동이 드는 작품.
    이 느낌이 뭔지 알고싶어서 작품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뭔가 계속해서 나오는 작품.

    그런 인상입니다만,
    사실 다 읽고 난 직후에 느끼는 아련한 감동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게 왜 라이트노벨로 나왔는가 싶기도 해요.
    소재나 퀄리티나 지향점 그런걸 떠나서,
    뭐라 그래야되나.. 작품을 쓰는, 그리고 그걸 즐기는 감성 자체가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는 너무 다르다는 인상이 들더군요.


    1.5인칭이라는 표현이 재밌네요.
    확실히 이 작품의 약간 어긋나는 감성과 진입장벽은
    타다 반리를 지켜보는 타다 반리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지켜보는 쪽의 정체나 의미를 깨달았을 때의 감동이 너무 인상깊었어요.

    http://stopcome.egloos.com/276579
  • standaloner 2012/09/15 19:42 #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 느낀게 꼬꼬마때 읽은 노르웨이의 숲이랑 비슷한 감성이었네요. 뭐든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청춘의 한가운데 왔는데도 한편으론 계속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그 달콤한 상실감 같은거요.
  • 333 2012/12/14 09:25 # 삭제 답글

    그 전설적인 소녀만화가 뭡니까?
  • standaloner 2012/12/14 13:22 #

    NANA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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