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드 1 - 천재를 움직이는 천재들의 이야기 문장공감


장점
+ 친절함과 긴장감을 겸비한 도입부
+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진면모를 드러내는 흥미로운 인간군상
+ 인간과 '마음의 힘'에 촛점을 맞춘 천재들의 두뇌배틀
+ 삭막한 상황에서 꽃을 피우는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

호불호
+- 재미의 방향성이 급격하게 변하는 중후반부
+-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냉정함을 유지하는 문체
+- 모에요소, 러브요소, 먼치킨요소 등 일반적 라이트노벨의 어필포인트는 거의 전무

단점
- 감정과 기세보다는 이성과 계획에 의지하는 절정부
- 치밀한 설정 속에서 의외일 정도로 허술했던 몇 가지 극적 도구들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근미래의 기업도시에서, 부와 권력이 보장된 간부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후보생들 간의 두뇌 서바이벌 게임.

요즘 같은 시대에 10대 주인공, 먼치킨, 모에코드, 러브코미디를 전부 배제한 개돌직구 같은 작품이 신인을 통해 출판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는 도박이면서도 반대로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기에 내건 도박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나는 충분히 즐겁게 보았고, 2권의 소식도 들려온 바, 이미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신인답지 않은 치밀함과 신인다운 독창성과 패기, 그리고 신인이기에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아쉬움과 잠재성까지 동시에 지닌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한정된 시공간과 천재와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는 과연 꼴릿하게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곧잘 쓰여왔던 소재이며, 신선함이 부족하면 초반부터 외면을 받을 확률도 높다.

그런 면에서 본작은 한정된 지면의 도입부에서부터 벌써 독자의 시선을 확 끌어들인다. 방대한 설정과 기초적인 룰을 비교적 알기쉽게 풀어나감과 동시에,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과 긴장감은 한층 더해간다. 결국 독자는 인간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해 나가는 주인공과 함께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나가며 자연스레 이야기에 빠져든다.



주인공은 감정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관찰자이자 분석가 스타일의 인물이다. 그는 모 성당의 미각파괴 신부처럼 일반적인 생활의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와 유열을 느끼지 못하는 결핍된 인간이었기에, 흥미와 자극을 위해 위험천만한 간부시험에 뛰어든다.

일반적인 소설이라면 악역으로 어울릴 법한 인물이겠지만, 그렇기에 이런 류의 두뇌게임에서는 화자이자 주인공으로서 꽤 적합했다. 그 어떤 일체의 감정도 배제한 채, 냉정하게 주변의 사물과 인물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기계같은 면모가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본 작품 최대의 재미는 다양한 인간과 군중들의 심리와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있다. 작품에서 나오는 천재들은 일반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천재라기보다는, 그런 천재조차 움직이고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천재에 가깝다.

이는 작중에서도 언급되었다시피, 세상에 천재는 많아도 그 천재를 한데 모아 통솔하고 다룰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진 천재는 흔치 않다라는 사상에 기반한 것으로, 일반적인 작품의 천재관 과는 다소 방향성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은 세심한 관찰과 정보수집을 통해 개개인의 특징을 파악하여 장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공략하면서, 결과적으론 모든 이의 위에 서서 자신의 목적을 이뤄나간다.



이는 계획도시 안에서 최소한의 현금카드 겸 소통을 위한 스마트폰만을 가지고, 제한시간 내에 퀘스트를 얻어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인물들과의 상호작용 및 협력을 통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배경과 맞물려서, 일종의 RPG 혹은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 하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요컨데 모든 이를 통솔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리더가 있고, 이권에 따라 단독행동을 하거나 협력하기도 하는 라이벌이 있으며, 모든 상황에서 오직 직감에 의해 반드시 옳은 선택을 내리는 조수가 있거나 하는 식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모든 이의 위가 아닌, 그 중심에 서서 리더를 보좌하고, 다른 인물과 소통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인공의 포지션은 모든 사건을 거시적 관점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략을 수립하는 천재들 사이에서 방관자처럼 단지 이를 서포트하고 관찰하기만 한다는 점에서 히어로 다운 활약상을 기대했던 이에게는 다소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냉정 침착함을 잃지 않는 문체와 맞물려, 가장 달아 올라야 할 클라이막스가 심심하단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감정과 기세에 몸을 실어 주인공이 활약하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작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의 일환 처럼 보여진다.



또한, CC기군중을 다루는 기술이나 상황에 있어, 사람들이 다소 교과서적으로 쉽게 따라 준다던가, 고강도 금속제의 권총을 발로 짓밟는 것 만으로 무력화 시켰다던가 하는 명백한 오류 및 안이한 묘사 몇몇 가지 때문에, 한창 치밀한 설정과 계획을 따라가고 있던 와중에 소소하게 몰입감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게 시종일관 삭막한 두뇌플레이만으로 가득차 있는 듯 보이는 본작이지만, 그런 속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은 확실하게 살아있다.

그 중에서도 어딘지 꼬마미쿠를 닮은천재 초등학생, 에루의 마스코트적 매력은 가히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다. 명랑쾌활하고 영리하면서도, 어리광은 부리지만 떼를 쓰지는 않고, 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돕는가 하면, 모두가 주인공을 의심할때 홀로 열심히 울면서 그를 변호하는 모습에선 진짜 전내가 함께 울었다.

다른 여성진들 역시 나름 중요한 역할로서 대활약하긴 하지만 네타가 될 수 있는고로 적당히 커트. 딱히 초등학생이 좋아서 그런건 아니고



1권에서의 주 갈등구조가 몇몇의 천재가 다수의 범인들에 대항해 움직이는 것 이었다면, 2권 부터는 본격적인 천재 대 천재 간의 대결이 펼쳐질 것 같아서 대단히 기대가 크다. 앞으로의 작품의 방향성에서는 어떻게 어브노멀한 각양각색의 천재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움직여 나갈 것인지, 그런 천재들만의 조직에서 어떤 방법으로 실적을 쌓아 위로 올라갈 것인지에 따라 재미가 결정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시종일관 추리와 심리전이 펼쳐지며 후반으로 갈수록 독해난이도가 상승하는 밀도높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추천. 주인공이 대활약하며 격렬한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선호한다면 추천하기 힘든,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뉜 작품이었다.



덧글

  • 인기글 2012/07/14 18:17 # 삭제 답글

    잘 썼네, 역시나 인기글 답네요.

    태그에 별점 세개 준거로 봐서는, 그 작품보다 이 글이 오히려 더 간지 돋나보네요.


    전부 배제한 개돌직구 같은 작품이 신인을 통해 출판될 줄은...

    신인답지 않은 치밀함과 신인다운 패기...

    동시에 지닌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라...


    땡기네요.
  • standaloner 2012/07/19 10:39 #

    가능성이 엿보이는 좋은 작품입니다
  • ReSET 2012/07/18 19:42 # 답글

    되게 재밌게 읽었음요. 제가 이런 폐쇄환경에서의 서바이벌 게임을 워낙 좋아하는지라...ㅋㅋㅋ

    3점과 4점중 고민 했는데, 1권 버프+취향 버프로 그냥 눈 딱 감고 전 4/5...로!

    일단 주인공의 "결여된" 성격의 설정이 꽤 마음에 들었고, 히로인들고 귀여웠고. 막판 클라이막스가 좀 싱겁긴 했습니다만, 마지막도 도바시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끝났고. 만족!
  • standaloner 2012/07/19 10:43 #

    취향버프! 사실 4점 충분히 받을만한 작품인데, 엄청 치밀하게 잘 나가다가 진짜진짜 사소한 부분이 살짝 허술하니까 그게 되게 크게보이더라요. 4점은 2권을 위해서 충전!

    그건 그렇고 도바시는 대체 누구이기에ㅋㅋㅋ 서바이벌물 화제에서는 빠지지 않고 나오나요ㅋㅋㅋ
  • 키잭 2012/07/19 08:10 # 삭제 답글

    주인공이나 소재가 제 취향이네요ㅋ
    주인공이 관찰자 분석가 방관자 역활이 전 더 끌리는 ㅋ

    살까말까 했는데... 살 마음이 급상승했어요 ㅎㅎ
    2권은 언제 나올까요~?

    이런 심리전이나 두뇌게임을 좋아하는지라~
    이런 책이 잘 정발이 안돼서.. 더 끌리는..
    이런 소재의 책을 더 많이 정발되면 좋겠네요~
  • standaloner 2012/07/19 10:40 #

    역시 이런 스타일의 주인공도 일정 수요는 있는 것 같아요.

    2권도 몇달 기다리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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